좋은 제안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눈 앞에 두 권의 제안서가 놓여 있다. 둘 중 더 좋은 제안을 골라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그 결과에 누구나 동의할 것인가? 어쩌면 잘 썼다는 것은 또 무슨 뜻이냐 그걸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고 따져 묻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잘 썼다는 것은 문서로서 문장 기술이 논리 정연하고 읽기 쉽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어느 쪽의 제안이 더 좋은 제안인가?
잘 쓰고 거절된 제안서는 안타깝지만 우리에게 좋은 제안이란 못 썼어도 고객에게 채택된 제안서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이런 극단적인 비교를 한 이유는 당신에게 제안서는 잘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못 쓰고도 채택된 제안은 어쩌다 얻어걸린 경우다. 대부분은 잘 써야 채택된다. 그런데 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채택되기 위해서는.
채택되는 제안의 요건
무엇이 더 추가되어야 할까? 결국 답은 제안이 무엇인가에 있다.
Q. 고객이 원하는 답을 주었는가?
뜬금없긴 하지만 이런 예가 떠오른다. 손님이 생선가게에서 고등어를 구매할 생각으로 ‘이걸 어떻게 요리해 먹으면 좋을까요?’ 라 물었다. 그런데 생선가게 주인이 고등어가 몸에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이 고등어 원산지가 어느 곳인지, 고등어의 생생함을 강조하며 다른 가게에서는 이런 고등어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신이 손님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래, 고등어 좋은 줄 나도 알아. 내가 물은 것은 그게 아니잖아. 묻는 것에나 답해 달라고.’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며 생선가게 주인의 수다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싶다. (까칠한 나만? ^^a)
제안은 고객이 요구한 바에 대한 답을 담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실제 제안에서는 고객이 요구한 바에 대한 답변 보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답변인 것처럼 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8,000명 규모의 직원이 사용할 모바일 기기를 교체하는 사업이 있었다. 고객의 관심은 어떤 모바일 기기로 교체할 것인가라는 것. 사용성과 편의성,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와의 호환성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제안은 모바일 기기 운용을 위한 통신사업자의 강점을 소개하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모바일 기기는 겨우 구색을 맞춘 정도. 결과는? 짐작하다시피 실패했다. 아무리 잘 썼다 해도 채택되지 못한 제안은 고객이 원하는 바에 대한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요구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Q. 우리의 강점, 충분히 보여주었나?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돌이다. 아니, 돌처럼 보인다. 당신의 제안이 가진 강점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면 고객은 ‘이건 돌 이겠거니.’ 생각하고 말 것이다. 꼼꼼히 찾아내 다이아몬드임을 알아채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두루뭉술하게 써 두거나 혹은 수많은 자료들 틈에 처박아 두지 말자. 제안의 장점 1, 2, 3 이라 써주자. 고객이 ‘이것이 이 제안의 강점이구나.’ 알 수 있도록.
답변에만 충실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답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특히 잘 하는 것이어야 고객이 혹하지 않겠는가. 내구연한이 지난 IT장비를 교체하는 사업이 있었다. 제안사는 해당 장비를 그간 4년 이상 운용해오고 있어, 교체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뿐더러 장비교체 시 발생가능한 위험에도 충분히 대처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 잘 알아서 탈. 덧붙이는 자료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어느 틈 엔가 제안사의 강점은 수많은 자료들 틈에 묻혀버렸다. 당연히 채택될 것이라 믿었던 제안에 실패. 잘 안다는 강점 하나에만 집중했더라면 그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Q. 우리만 잘 하면 되는 것일까?
언젠가 재미있는 사진을 한 장을 봤다. 세 개의 가게가 나란히 있는 곳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왼쪽 가게는 60% 세일 중, 오른쪽 가게는 80% 폭탄 세일이다. 그렇다면 가운데 가게는? ‘입구’라고 내 걸었다. 세 개 가게 중 출입이 가장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당연히 가운데 가게 ‘입구’일 것이다. 어부지리 같기도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아이디어.
고객인 발주기업이 제안을 요구할 때 어느 한 기업에만 한정해 요청서를 보내지 않는다. 몇 개의 후보 기업을 골라 경쟁을 시킨다. 좋은 것을 값싸게 얻기 위해. 그러니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제안은 치열한 경쟁에 놓여있다. 우리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잘하면서 경쟁사보다 더 잘해야 한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역시 선명하게 드러낼 것.
제안 성공의 세 가지 요건은 3C이다. Customer(고객)의 요구에 답할 것, Company(제안사)의 강점을 드러낼 것, Competitor(경쟁사) 보다 차별화할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B2B 제안의 시작, 그 이후
제안에서 3C는 기본이다. 기본이라고 한 것은 기본이 아닌 것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제 막 제안을 시작한 당신에게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제안을 미리부터 다 풀어놓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은 흔들리지 않는다. 기본이 흔들리지 않아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은 기본을 탄탄히 새겨 두자.